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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 너머/세로로 긴 나라들

세로로 긴 나라들의 산업 구조와 경제 중심지

by 어웨어12 2025. 4. 8.

– 길게 나뉜 국토 속, 경제는 어디에 집중될까?

한 국가의 산업 구조와 경제 중심지는 결코 우연히 정해지지 않는다. 지형, 자원 분포, 교통 인프라, 인구 밀도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산업의 입지와 집중도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특히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세로형 국토의 경우, 지형적 제약과 거리의 부담 때문에 경제 활동의 분산이 쉽지 않고, 오히려 일부 지역에 산업과 인프라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칠레, 노르웨이, 베트남은 대표적인 세로형 국가로, 각기 다른 대륙과 문화, 자원 환경 속에서도 이 공통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 나라가 어떻게 경제 중심지를 형성했고, 그 안에서 산업은 어떤 방식으로 분포되어 있는지를 비교하며, 세로형 국토가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술형으로 분석해본다.

 

 

1. 칠레: 자원 중심의 분산형 산업 구조

칠레는 남북으로 4,300km에 달하는 긴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이 긴 지형 속에서 산업은 자연스럽게 지역별 특화 형태로 발달해왔다. 가장 북부 지역은 대표적으로 아타카마 사막 일대로, 이곳은 세계 최대 수준의 구리 광산이 집중된 광업 중심 지역이다. 기후가 매우 건조하고 인구 밀도도 낮아 대규모 제조업은 발달하지 않았지만, 자원 개발을 기반으로 한 채굴 산업과 관련 기술 인프라는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일부 광산 도시들은 고립된 형태로 발전했으며, 여전히 국가 수출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부 지역은 수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으로, 행정, 경제, 교육 기능이 집중되어 있다. 산티아고 주변에는 제조업과 금융업, 물류와 서비스 산업이 밀집해 있으며, 근교 밸리 지역에서는 와인 생산과 과일 재배 같은 고부가가치 농업도 함께 발달해 있다. 이곳은 칠레의 산업과 문화 중심지로, 인프라 집중도가 높은 지역이다. 남부로 내려가면 산업의 성격은 다시 바뀐다. 푸에르토 몬트 지역과 파타고니아 북부축산업, 임업, 수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으로, 특히 연어 양식 산업은 세계 2위 수준의 생산 규모를 자랑한다. 수온이 낮고 해양 생태계가 풍부한 이 지역은 수출용 수산물 가공 단지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칠레는 남북으로 산업이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각 지역에 특화된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수도권 집중 현상은 상대적으로 낮고, 지역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구조를 보인다.'

 

 

2. 노르웨이: 북해 석유와 해양 산업 국가

노르웨이는 북위 58도부터 71도까지 뻗은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구와 산업은 서해안 지역을 따라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해안 중심의 산업 분포는, 노르웨이의 핵심 자원인 북해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서부 해안 도시인 스태방에르(Stavanger)는 북해 유전 개발의 중심지로, 에너지 관련 산업이 집중되어 있으며, 전 세계 석유 기업들이 주재하고 있는 중요한 거점 도시다. 이 도시는 에너지 자원 기반의 산업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경제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베르겐(Bergen)은 수산업과 해양 물류의 중심 도시로, 노르웨이 특유의 피오르 해안선 덕분에 수출입 항만 기능이 강하게 발달했다. 이 도시는 전통적인 어업부터 현대적인 수산 가공 산업, 해양 물류, 선박 관리까지 다양한 해양 관련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수도 오슬로(Oslo)는 정치, 교육, 금융, ICT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으로, 정부 기관과 주요 대기업 본사가 위치해 있는 행정·경제의 중심지다. 오슬로는 국가의 정보통신 인프라 개발과 디지털 기술 혁신을 이끌며, 서비스 기반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 북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이며, 일부 자원 개발, 관광 산업, 전통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기후적 한계와 인구 밀도의 저조함으로 인해 대규모 산업이 들어서기 어렵고, 국가 차원에서도 북부 개발을 위한 전략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세로로 긴 나라들의 산업 구조와 경제 중심지


 

 

3. 베트남: 빠르게 성장하는 남부 중심의 산업 구조

베트남은 북위 8도부터 23도까지 뻗은 세로형 국토로, 그 안에서 산업 구조는 점점 남부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북부 지역은 수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전통 제조업과 국영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하이퐁 등의 항만 도시도 산업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제조업의 기술력이나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 발전 가능성이 더 필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노동집약적인 섬유 산업, 경공업이 중심이며, 정책적으로도 국영 부문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중부 지역인 다낭, 후에는 관광 자원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견 도시권이다. 이 지역은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관광 산업과 숙박업, 지역 특산물 생산을 중심으로 한 관광·문화 복합형 경제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산업 인프라는 여전히 약하며, 기업 유치와 인프라 확충이 미래 과제로 남아 있다. 베트남 산업의 중심지는 단연 남부의 호치민, 동나이, 빈즈엉 지역이다. 이 지역은 민간 자본과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면서, 첨단 제조업, 전자, IT, 물류, 자동차 부품 산업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베트남 전체 GDP의 약 45%가 이 지역에서 발생할 정도로 경제 집중도가 매우 높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공장이 이곳에 다수 입주해 있고, 항만·공항·도로 인프라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어 국제 경쟁력 또한 높다. 다만 이러한 남부 집중 구조는 북부와 중부 지역의 상대적 소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며, 국가 차원의 균형 개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4. 세로형 국토에서 나타나는 산업 구조의 특징과 과제

세로형 국토를 가진 국가들은 국토가 물리적으로 길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산업 활동의 입지 선정에 있어서 거리와 접근성, 교통 인프라, 물류 효율성 등의 요소가 더욱 중요해진다. 먼저, 장거리 수송 문제가 대표적이다. 생산지에서 소비지, 항만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물류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커지며, 이는 결국 일부 지역에만 산업이 집중되는 구조를 촉진시킨다. 또한 자원과 에너지의 지역 편중 역시 큰 변수다. 광물 자원이나 석유, 수산물처럼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는 자원은 그 지역만을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되게 만들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산업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게다가 수도권 중심의 인구 및 인프라 집중 현상은 지방의 개발을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산업도 특정 지역에 몰리는 불균형을 낳는다. 공공 인프라와 투자, 고등 교육, 기술 혁신 기반이 수도에 집중되면, 다른 지역은 자연히 산업 유치에서 불리해진다. 그럼에도 세로형 국토가 가진 지리적 다양성과 기후 차이는 다양한 산업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기후대가 여러 개 존재하면, 농업·관광·에너지·수산업·제조업 등 각기 다른 산업이 지역별로 특화되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복합 산업 구조로의 확장 가능성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국토는 길지만, 경제는 ‘모인다’

세로형 국토를 가진 나라는 자연스럽게 공간적 분산이 이루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산업과 경제 활동이 일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 중심에는 교통 접근성, 인구 밀도, 행정 중심지, 자원 분포 같은 입지적 요인이 존재한다. 칠레는 자원 중심의 지역 특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남북의 산업 균형이 비교적 잘 이루어져 있는 편이다. 노르웨이는 해안선을 따라 해양 자원을 활용한 산업이 집중되어 있고, 수도권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베트남은 명확하게 남부 중심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국가 통합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국토의 형태는 산업 구조에 제한을 줄 수 있지만, 그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국가적 전략과 지역 개발 계획이 뒷받침된다면, 세로형 국토도 다양성과 균형을 갖춘 산업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세 나라 모두 그 도전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길게 뻗은 땅을 하나의 경제적 흐름으로 연결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