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대철학자

베단타 철학을 정립한 고대 철학자 바다라야나, 인도 철학의 논리적 기초

by 어웨어12 2025. 7. 11.

베단타의 시작, 바다라야나의 등장

인도 철학의 정수라 불리는 베단타 철학은 오랜 구전 전통과 경전을 바탕으로 발전한 깊이 있는 사유 체계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바다라야나다. 그는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 사이에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며, 브라흐마 수트라의 저자로 평가받는다. 이 저작은 베단타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간결한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해놓은 철학적 정수로, 이후 수천 년간 인도 철학의 주류 논의를 이끄는 기준점이 되었다. 바다라야나는 베단타라는 사상의 뿌리를 '우파니샤드'에 두고, 거기에서 말하는 브라흐만(절대적 실재)과 아트만(자아)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려 했다. 그는 신비주의나 추상적 직관에 의존하기보다는, 명확한 논리와 체계적 분류를 통해 베단타를 철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평가된다. 이 점에서 그는 단순한 성직자나 경전 해설자를 넘어, 철학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브라흐마 수트라와 베단타의 체계화

바다라야나가 저술한 브라흐마 수트라는 총 555개의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이 우파니샤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철학적 문제를 요약하고 그 해석의 원칙을 제시한다. 이 저작은 한 마디로 인도 철학 사상사 전체를 가르는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안에서 브라흐만은 우주 만물의 원인이며, 인간의 아트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비이원론적 철학이 강조된다. 바다라야나는 이 책을 통해 베단타의 본질이 순수한 이론적 사변이 아니라, 해탈이라는 실천적 목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브라흐마 수트라는 단순한 논문이나 주해가 아닌, 인간 존재의 궁극 목적을 성찰하는 수행서로도 읽힌다. 이처럼 철학과 종교, 윤리와 존재론이 하나로 융합된 형태는 바다라야나 철학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그의 논리는 상대 철학자들과의 논쟁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상키야 학파미망사 학파, 불교 논리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베단타의 우월성을 증명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방식은 베단타 철학이 이후에도 다양한 학파로 분화되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논쟁의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바다라야나와 후대 철학자들

바다라야나가 남긴 브라흐마 수트라는 훗날 여러 해석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향으로 재구성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아디 샹카라로, 그는 8세기경에 활동하며 바다라야나의 철학을 아드바이타(비이원론)로 해석해 대중화시켰다. 이 해석에 따르면, 우주와 자아는 본질적으로 구분이 없는 동일한 실재이며, 모든 고통은 무지에서 비롯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라마누자는 비이원론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브라흐만과 아트만 사이에 질적 차이를 인정하는 비시쉬타드바이타(유격일원론)를 주장했다. 이처럼 바다라야나의 텍스트는 단 하나의 해석만을 허용하지 않고, 다양한 철학적 전통을 낳게 하는 원형으로 작동했다. 이 점에서 바다라야나는 단지 한 명의 철학자가 아니라, 하나의 지적 흐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글이 짧고 압축적임에도 수많은 주석서와 논쟁을 가능케 했다는 것은, 그의 사유가 그만큼 깊고 개방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다라야나 철학의 현대적 의의

오늘날 바다라야나의 철학은 단지 종교적 문맥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비이원론적 세계관은 서구의 스피노자, 하이데거, 심지어 현대 물리학에서의 홀론 개념과도 유사한 점을 보인다. 그는 현실 세계의 다양성 속에서 근본적인 통일성을 찾으려 했고,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단절이 아닌 연속으로 이해했다. 이러한 관점은 생태학, 윤리학, 인간 정신의 통합적 접근이 요구되는 오늘날에도 의미를 가진다. 바다라야나는 인간이 단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전체 질서 속에서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는 곧 공동체적 책임, 자연과의 조화, 내면 세계의 수양이라는 철학으로 확장된다. 또한 그는 모든 지식이 해탈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즉, 철학은 단순히 앎의 축적이 아닌, 존재 방식의 변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태도는 지식 중심의 현대 교육에 대한 성찰도 이끌어낸다. 앎은 삶을 바꾸는 힘이어야 하며, 사유는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바다라야나의 신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베단타의 뿌리, 바다라야나를 다시 보다

바다라야나는 단순한 베단타 정리자가 아니라, 인도 철학의 ‘논리적 기초’를 세운 인물이었다. 브라흐마 수트라는 단지 우파니샤드의 해석서가 아니라, 수천 년의 사상 전통을 가로지르는 철학적 지도와도 같다. 그는 철학을 신비주의가 아닌 명료한 논리의 언어로 끌어내렸고, 동시에 그것을 해탈이라는 실천적 목표와 연결했다. 오늘날 바다라야나의 철학은 종교, 심리, 교육, 생태 사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통찰을 제공한다. 인도 전통의 깊이를 이해하고 싶다면, 바다라야나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베단타의 문을 연 이 고대 철학자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답하고 있다.

 

 

베단타 철학을 정립한 고대 철학자 바다라야나, 인도 철학의 논리적 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