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대철학자

견유학파의 당당한 여성 철학자 히파르키아, 고대 철학자의 경계를 넘다

by 어웨어12 2025. 7. 3.

시대를 거슬러 올라선 철학자의 등장

기원전 4세기, 철학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지적 세계였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와 같은 인물들이 철학사의 주인공으로 기록되던 시기, 여성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그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히파르키아는 철학자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그녀는 단지 철학을 공부한 여성이 아니라, 견유학파라는 급진적 철학 운동에 참여하고 실천한 인물로, 철학사의 중요한 경계선을 넘은 존재였다. 오늘날 우리는 히파르키아의 생애를 통해, 고대 철학자가 반드시 남성일 필요는 없었다는 사실과, 철학이 삶 그 자체일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다. 히파르키아는 단순히 철학을 이론적으로만 탐구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태도를 전 생애에 걸쳐 실천했다. 당시에는 파격적이라 여겨졌던 결혼과 생활 방식, 공적 토론에서의 당당함, 그리고 견유학파로서의 극단적 자유 실천은 그녀를 시대를 앞선 철학자로 만든다. 이름 없는 여성들이 철저히 배제되던 그리스 사회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사유와 실천을 통해 당당히 '철학자'라 불릴 자격을 증명했다.

 

 

견유학파의 당당한 여성 철학자 히파르키아, 고대 철학자의 경계를 넘다

 

 

철학을 실천한 삶 견유학파와의 만남

히파르키아는 그리스의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으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던 몇 안 되는 여성 중 하나였다.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견유학파 철학자 크라테스를 만나 그의 철학에 매료되었다. 당시 크라테스는 극단적 금욕과 자연에 따른 삶을 주장하며, 부와 명예, 심지어 주거지조차 거부하고 길거리에서 생활하던 급진적 철학자였다. 대부분의 이들이 혐오하거나 비웃던 그의 삶의 방식에, 히파르키아는 오히려 진정한 자유와 철학의 본질을 보았다. 히파르키아는 크라테스에게 결혼을 원했지만, 크라테스는 그의 가난하고 유랑하는 삶이 그녀에게 고통이 될 것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히파르키아는 오히려 그러한 삶을 선택했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부유한 신분을 버리고, 남편과 함께 길거리에서 생활하며 철학을 실천했다. 이는 단순한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삶의 태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녀는 견유학파 철학자로서 철저히 세속을 거부하고 자연에 따른 삶을 추구하는 삶을 실천함으로써, 철학의 무게를 몸소 증명했다.

 

공공 철학자로서의 도전 여성의 말하기

히파르키아는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공적 토론과 철학적 논쟁의 장에 참여한 인물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은 대부분 철학적 담론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히파르키아는 철학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당대 저명한 남성 철학자들과 당당히 논쟁을 벌였다. 유명한 일화 중 하나로, 철학자 테오도루스와의 논쟁에서 그는 재치 있고 논리적인 대답으로 청중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이 일화는 히파르키아가 단순한 동반자가 아닌 자기 철학을 가진 사유 주체였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여성이 철학을 논하는 것 자체를 모욕적으로 여기던 사회에서, 당당히 사유하고 발언함으로써 여성의 목소리를 철학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그녀의 존재는, 철학이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고대 세계에 보여준 첫 번째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철학과 삶의 일치 극단적 실천이 남긴 유산

히파르키아는 말과 삶이 일치해야 한다는 견유학파의 원칙을 누구보다 철저히 따랐다. 그녀는 부와 명예, 외모에 대한 관심, 여성이라는 사회적 역할 모두를 거부하고 철학적 진리를 따르는 삶을 실천했다. 특히 남편 크라테스와 함께 길거리에서 생활하며 철학을 가르치고 토론했던 삶은, 철학의 본질이 이론이나 권위가 아닌 실천과 삶의 방식에 있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삶은 후대의 여성 철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오늘날에도 지식과 실천의 일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철학이 권력의 수단이나 학문적 수사가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을 그녀는 보여주었다. 현대적 시각으로 보면 그녀의 철학은 페미니즘, 실존주의, 탈물질주의적 삶의 태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 철학이 단지 강단에서가 아니라 거리에서, 가정에서, 일상에서 펼쳐질 수 있음을 그녀는 입증한 것이다.

 

오늘날 히파르키아를 다시 읽는 이유

히파르키아는 철학사에서 종종 ‘크라테스의 아내’로만 언급된다. 하지만 그녀의 삶과 철학은 결코 부속적이지 않다. 오히려 고대 철학자들이 남성 중심으로 기록된 것 자체가 왜곡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환기시킨다. 그녀는 여성, 철학자, 실천가라는 세 가지 정체성을 동시적으로 성취한 인물이며, 시대를 앞서간 진정한 사상가였다. 히파르키아를 기억하는 일은 단지 한 명의 여성 철학자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철학이라는 지적 전통이 지금까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묻는 비판적 시선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우리는 더 이상 철학을 특정 계층, 특정 성별의 전유물로 둘 수 없다. 히파르키아는 그 출발점에서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녀의 철학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우리의 일상과 윤리에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