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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 너머

산은 왜 사라지기도 하는가?

by 어웨어12 2025. 4. 27.

산은 왜 사라지기도 하는가?
산은 왜 사라지기도 하는가?

 

 

침식과 지형의 순환 - 영원할것 같은 산도 결국 사라진다

우리는 웅장한 산맥을 바라볼 때 그 위엄에 감탄하지만, 산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수천만 년 동안 솟아오른 거대한 산맥조차 지구의 오랜 시간 속에서는 점차 깎이고, 마침내 평지로 변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산의 소멸은 지구가 끊임없이 변하는 살아 있는 행성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 글에서는 산이 왜,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알아보고, 그 과정 속에서 지형이 어떻게 순환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산은 어떻게 사라질까? – 침식의 힘

산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자연의 힘은 바로 침식(erosion)입니다. 침식은 바람, 비, 얼음, 강물 같은 자연적 요인에 의해 지표면이 깎여 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물에 의한 침식

비와 강물은 산의 표면을 끊임없이 깎아내립니다. 빗물이 모여 작은 물줄기를 만들고, 이 물줄기는 점차 골짜기를 깊게 파내어 계곡을 만듭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강물은 산을 따라 흐르면서 끊임없이 토사를 운반하고, 산의 높이를 서서히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바람에 의한 침식

건조한 지역에서는 바람이 작은 입자들을 실어 나르면서 산의 표면을 조금씩 깎아냅니다. 특히 사막 지역에서는 풍식(風蝕) 작용이 강해 암석이 부드럽게 다듬어지거나, 특이한 형태로 남기도 합니다.

얼음과 빙하의 침식

고산지대에는 빙하가 형성되는데, 빙하는 느리게 이동하면서 산의 바닥과 측면을 깎아냅니다. 이로 인해 U자형 골짜기, 협곡, 뾰족한 봉우리 같은 지형이 만들어집니다. 빙하가 녹아내린 후에는, 그 지역에 깊은 계곡이나 깎인 산지가 남게 됩니다.

 

 

침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 지형의 순환

산이 사라지는 과정은 단순히 깎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형은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습니다.

등압균형(isostasy)의 작용

산이 사라지는 과정을 단순히 ‘깎이는 현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구 표면은 단순한 침식만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침식, 융기, 퇴적, 재구성이라는 거대한 순환 메커니즘 속에 놓여 있습니다. 산이 낮아지는 동안, 그 지반 아래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은 지형 변화를 온전히 파악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퇴적과 새로운 지형 형성

산이 침식되면 단순히 높이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응’이 일어납니다. 바로 등압균형이라는 현상입니다. 등압균형이란 지구 내부의 맨틀이 지각의 무게 변화를 감지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작용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산이 깎여 지각이 가벼워지면, 그 지역을 다시 위로 밀어올리려는 힘이 작동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얼음 조각이 물에 떠 있을 때, 일부가 깎이면 나머지 부분이 더 많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때문에, 깎인 산은 완전히 평지가 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융기하는 과정을 겪기도 합니다. 이 융기 작용은 침식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수천만 년에 걸쳐 산지 지역을 고원(high plateau)으로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산맥의 토대를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등압균형 덕분에, 산은 단순히 깎여 없어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 내부와 외부가 균형을 맞추려는 긴 호흡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침식으로 깎여나간 산의 물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토사와 암석 조각들은 비, 강물, 빙하,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이동하며 다른 지역에 쌓이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산맥에서 깎인 물질이 강을 따라 흘러가면서 하류 지역에 넓은 삼각주(델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퇴적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옥한 평야를 이루고, 농경지, 도시, 산업의 기반이 됩니다. 또한 깊은 해저에 퇴적된 토사들은 수백만 년 동안 쌓이면서 암석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지층을 만듭니다. 때로는 이 퇴적층이 지구 내부의 힘에 의해 다시 융기하여 새로운 산지를 탄생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히말라야산맥의 일부 지역은 고대 바다였던 테티스 해(Tethys Ocean) 퇴적물이 uplift(융기)되면서 형성된 것입니다. 이는 지구의 산맥과 평야가 결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침식과 퇴적이라는 순환 고리 안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산은 사라지면서도 지구를 재구성한다

산이 깎이고 침식되면서 단순히 ‘없어지는 것’ 같지만, 실상은 지구 표면의 형태를 새롭게 구성하는 재료가 되어줍니다. 하나의 산이 깎이면서 생긴 퇴적층은 수백,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새로운 땅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 새로운 산지로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형의 순환은 단순한 소멸이나 생성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다시 짜고, 다시 쌓아 올리는 끊임없는 순환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순환 덕분에 지구는 항상 변화하고, 새로운 환경과 생태계를 만들어내며, 생명체의 진화와 인류 문명의 터전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약

  • 산은 침식에 의해 깎이지만, 동시에 등압균형에 의해 일부 다시 융기한다.
  • 침식된 물질은 강, 빙하, 바람을 통해 이동하여 퇴적층을 형성한다.
  • 이 퇴적층은 다시 새로운 지형(평야, 삼각주, 심지어 새로운 산지)의 기반이 된다.
  • 지형은 단순히 생성·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

 

 

실제 사례: 사라진 산맥과 변화의 흔적들

지구에는 과거에는 높고 험준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깎여 평지처럼 된 산맥들이 존재합니다.

애팔래치아 산맥 (북미)

애팔래치아 산맥은 약 4억 년 전에는 지금의 히말라야만큼 높고 험준한 산맥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침식 과정을 거치며 오늘날에는 완만한 능선과 부드러운 산지로 변했습니다.

카르고알링 산맥 (호주)

호주의 일부 산맥들도 초기에는 높았지만, 수억 년 동안 침식되면서 대부분 낮은 구릉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고대 산맥의 생애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산은 영원히 사라질까?

지구의 시간 스케일로 보면, 산은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을 가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 내부의 힘은 새로운 산맥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판의 충돌이 계속되고, 조산 운동이 지속되면서 지구 곳곳에서는 지금도 새로운 산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산이 깎여 평야가 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산이 솟아오르는 것 – 이것이 바로 지형의 순환입니다.

 

 

산의 생성과 소멸은 지구의 숨결이다

산은 결코 정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깎여 나가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지구는 생동하는 행성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마주하는 웅장한 산들도 언젠가는 부드러운 구릉이나 평야로 변할 것이며,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산맥이 지구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지구는 이렇게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자신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