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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 너머

중국 장가계 기둥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by 어웨어12 2025. 4. 18.

중국 장가계의 기둥산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석영사암 기반의 침식·풍화 작용과 지질학적 배경을 중심으로 이 독특한 지형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합니다.

 

 

중국 장가계 기둥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중국 장가계 기둥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영화 같은 풍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장가계(張家界)는 ‘현실에 존재하는 아바타의 세계’로 불릴 만큼 독특하고 경이로운 지형을 자랑한다. 특히 수직으로 솟아오른 듯한 수천 개의 돌기둥은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지역은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영화 <아바타>의 배경지로 알려지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장엄한 지형이 단순한 관광 명소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기둥 하나하나가 지구 지질 변화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지형학적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장가계의 ‘기둥산(柱狀山)’이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자연 작용들이 이 경이로운 풍경을 탄생시켰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본다.

 

 

장가계 기둥산은 어떤 지형인가?

장가계의 대표적 지형은 ‘카르스트 지형’과는 다르지만, 역시 침식과 풍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독특한 석영사암(Sandstone) 기반의 기둥형 지형이다. 높이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까지 치솟은 석주(rock pillar)는 마치 절벽처럼 수직으로 자라나 있으며, 개별적인 바위 탑처럼 분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유명한 봉우리는 ‘천자산 자연보호구’에 위치한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 ‘할리우드 아바타산(아바타 할렐루야 산)’ 등이다. 이들 지형은 중국 내에서도 보기 드물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형태가 극히 드문 특이 지형으로 평가된다.

 

 

침식과 풍화: 기둥산의 탄생 비밀

장가계의 기둥산은 약 3억 8천만 년 전 데본기 시대에 형성된 석영사암 지층 위에서 만들어졌다. 이 지층은 오랜 시간 동안 지각의 융기 작용으로 지표에 노출되었고, 이후 풍화(weathering) 침식(erosion) 과정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변모했다.

  • 풍화 작용은 암석이 물리적·화학적으로 부서지는 과정이다. 이 지역은 연중 강수량이 많고, 안개와 습도가 높아 바위에 물이 지속적으로 스며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밤낮 기온차에 따라 반복되는 동결·융해 작용(freeze-thaw cycle)은 암석에 금이 가고 서서히 부서지게 만든다.
  • 침식 작용은 풍화된 암석 조각을 물, 바람, 중력 등이 이동시키는 현상이다. 특히 계곡과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은 연약한 부분을 깎아내고, 단단한 부분만 남겨 독립적인 바위 기둥이 되게 만든다.

이처럼 단단한 석영사암이 풍화에 강한 반면, 주변의 연약한 지층은 비교적 빠르게 침식되어 사라지면서, 결국 수직 기둥처럼 고립된 암석 봉우리가 탄생한 것이다.

 

 

중국 남부 지형 특성과 연결되는 지질학적 배경

장가계가 위치한 중국 남부는 전체적으로 융기된 고원 지형과 복잡한 단층 구조를 가진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과거 수차례의 지각 운동을 겪었고, 해저였던 지역이 융기하면서 육지가 되었으며, 그 위에 퇴적된 사암층이 이후 침식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특히 장가계는 **‘용하지괴(龍華地塊)’**라는 고대 지괴(크래톤) 지역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으며, 단층 파열이나 습곡 변형이 많아 풍화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지질 구조는 침식과 풍화 작용이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쉬운 조건을 제공해준다.

또한 장가계의 기후는 여름에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서늘하고 습도가 높은 대륙성 아열대 몬순기후에 속한다. 이와 같은 계절성 습윤 기후는 암석의 표면을 지속적으로 적시며, 침식과 풍화가 동시에 빠르게 일어나게 하는 환경 조건을 만든다.

 

 

문화적 가치와 과학적 의미의 공존

장가계는 단순한 자연의 조형물이 아니다. 수천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지형은 지구가 얼마나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며,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는 느끼기 힘든 변화 속에서 형성된 대자연의 예술이다. 이와 동시에 장가계는 중국의 전통문화와 예술에도 깊이 영향을 주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아바타>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와 게임에서 ‘상상 속 판타지 세계’의 배경으로도 등장하며 문화적 상징성을 확장시켰다.

지구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장가계는 하나의 야외 실험실이다. 암석의 물리적 특성, 침식 저항성, 지형 발달의 단계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특히 ‘잔류 지형(residual landform)’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기에 이상적인 공간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형 발달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장가계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침식과 시간이 빚어낸 지구의 예술

장가계의 기둥산은 우연히 탄생한 자연물이 아니다. 그것은 수억 년 동안 지속된 침식과 풍화, 그리고 지각 변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정교한 지형 구조다. 이곳의 지질학적 가치는 단순히 경관을 넘어, 지구의 시간과 힘, 그리고 그 변화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낸 지구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장가계를 방문해 눈앞에 펼쳐진 기둥산을 바라볼 때, 그 안에는 과학과 문화, 그리고 자연의 긴 호흡이 함께 흐르고 있다.

 

 

암석의 성질이 만든 균형 잡힌 조형미

장가계의 기둥산이 놀라운 이유 중 하나는 그 균형감 있는 형태다. 마치 인공적으로 조각한 듯 위태롭게 솟아 있는 석주들은, 실제로 암석의 성질 차이와 침식 속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기둥을 이루고 있는 석영사암은 다른 암석보다 압축력에는 강하지만 인장력에는 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수직 방향으로는 잘 버티지만, 수평 방향으로 균열이 생기면 쉽게 갈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침식은 바위 사이의 균열을 따라 진행되기 쉽고, 결국 수직 기둥처럼 좁고 높게 남는 암석들이 분리되어 남게 된다. 또한 기둥 상단에 있는 바위들이 기둥보다 상대적으로 크거나, 이상한 모양으로 얹혀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암석의 강도 차이 침식의 불균형성에 의해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처럼 장가계의 석주들은 단순히 높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질학적으로 균형과 불균형이 동시에 공존하는 구조를 보여주며, 지구가 얼마나 다양한 물리·화학 작용을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왔는지를 드러낸다.

 

 

장가계의 지형이 주는 현대적 의미

장가계의 지형은 이제 단순한 자연 유산을 넘어, 지질 교육, 생태 관광,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 모델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거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공 데크, 친환경 교통 수단 등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한 전 세계 지형학자들은 장가계를 ‘현장 지형학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풍화와 침식의 실시간 변화를 장기적으로 기록하면서 지형 발달 이론의 실제 적용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고, 기후 변화와 지형 변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장가계의 석주들은 비록 고정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느리게, 조금씩 그 형태를 바꾸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의 정지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지구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