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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그 너머

기후 난민, 인류는 어디로 이동하게 될까?

by 어웨어12 2025. 4. 15.

– 점점 좁아지는 지구 위, 사람들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기후 난민은 누구이고, 인류는 어디로 이동하게 될까요? 해수면 상승, 가뭄, 침수 위기 속에서 지구의 지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지리학적으로 살펴보는 인류 이동의 미래.

 

 

기후 난민, 인류는 어디로 이동하게 될까?
기후 난민, 인류는 어디로 이동하게 될까?

 

 

기후변화는 이제 이주 문제다

우리는 흔히 난민이라는 단어를 정치적 박해나 전쟁과 연결해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난민은 총칼이 아닌 기후 때문에 집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기후 난민(Climate Refugees)’, 혹은 ‘환경 난민’이라는 용어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국가나 지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삶의 장소’를 재선택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 가뭄, 산불, 식수 부족, 농업 실패… 이 모든 것들이 누적되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땅”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곳, 또는 향하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은 이제 지구의 정치적, 지리적, 인문적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기후 난민’이라는 현상을 단지 사회문제가 아닌 지리학적 관점에서, “인류는 앞으로 어디로 이동할까?”라는 질문을 통해 함께 살펴보려 한다.

 

 

1. 기후 난민이란 누구인가?

기후 난민은 단순히 ‘비가 안 와서’ 혹은 ‘더워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기후의 변화로 인해 물, 음식, 생존 기반을 상실하고 어쩔 수 없이 이주하는 사람들이다. 가장 흔한 형태는 다음과 같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나 해안 도시를 떠나는 사람, 장기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고 떠나는 농민, 산불과 사막화로 거주 불가능해진 땅에서 벗어나는 가족, 홍수, 태풍으로 반복적인 재해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 국제법상 아직 ‘기후 난민’은 공식적인 난민 지위가 아니지만, UN은 이미 수백만 명이 비자발적 이주 상태에 있으며 2050년까지 최대 10억 명이 살던 땅을 떠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2. 사람들이 떠나야 하는 곳은 어디인가?

기후 변화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지만, 그 피해는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위협을 받는 곳은 주로 해발 고도가 낮고, 물 부족이 심하거나, 혹은 기온 상승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은 지리적·기후적 조건뿐 아니라, 경제력과 인프라, 정치적 대응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더 빨리, 더 강하게 환경 위기에 노출된다.

1. 침수 위협 지역 – 바다에 잠기는 국토

해수면 상승은 이미 시작된 변화이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곳은 저지대 해안 지역과 섬나라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방글라데시는 인구 밀도가 매우 높고, 국토 대부분이 해수면과 거의 차이가 없는 평야 지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와 태풍, 해수 범람으로 수천만 명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수백만 명이 ‘환경적 이유’로 이주 중인 기후 난민 국가로 알려져 있다. 몰디브, 투발루, 키리바시 같은 작은 섬나라들은 사실상 국토 대부분이 해발 1~2m 내외로 낮아, 기후 위기로 인해 ‘국가 전체가 사라질 수 있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이들 국가는 이미 국제사회에 “우리를 받아줄 땅이 있는가”를 묻고 있다. 즉, 떠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대륙 내에서도 인도 콜카타,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 같은 강 하구에 위치한 대도시들은 낮은 지형과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하다. 이들 도시는 산업, 경제, 문화의 중심이지만, 기후 변화에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할 메가시티이기도 하다.

2. 가뭄과 사막화 지역 – 물이 사라진 땅

기후 변화는 단지 바닷물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물이 사라지는 현상, 즉 가뭄과 사막화 역시 수많은 지역 주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아프리카 사헬 지대(사하라 사막과 적도 사이)는 이미 지구상에서 사막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지역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수천만 명의 농민과 유목민은 전통적인 생계 방식인 농업과 목축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아 남쪽 혹은 북쪽으로 이동하는 생존의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리비아, 알제리 등은 수자원이 거의 고갈되어 있고, 기온은 여름철 섭씨 50도 이상을 넘나드는 초극한 수준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식량 생산은 물론, 전력, 의료, 주거 등 사회 전체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정치적 불안정과 인프라 부족으로 대응 역량이 낮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도 수백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수는 해마다 증가 중이다.

3. 산불과 고온 건조화 – 벗어날 수 없는 재해

지구의 반대편, 상대적으로 잘사는 나라들조차 예외는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내륙 지역은 최근 수년간 전례 없는 대형 산불과 장기 가뭄을 겪으며 기후 변화의 영향을 생생히 체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대형 산불로 수십만 명이 대피하고, 수천 채의 집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호주 내륙 역시 건조화와 열파로 인해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대로 바뀌고 있다.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일시적으로 도시를 떠나거나, 이사를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는 사실상 ‘기후 난민’에 해당되는 생활 조건으로 이주를 선택하고 있다.

떠나야 하지만, 갈 수 없는 현실

이렇게 기후 위기에 처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환경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떠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 땅’에서의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이주할 여유가 없고,
국경은 갈수록 폐쇄되고,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낮아지고 있다. 결국 그들은 생존이 위협받는 땅에서 떠나야 하지만 떠날 수 없는 이중의 고통에 놓이게 된다.

 

 

 

3. 그들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기후 난민이 떠나게 될 지역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기후 영향이 덜한 고위도 지역이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유망한 이주 대상지는 캐나다, 북유럽, 러시아 극동 지역: 기온 상승으로 점차 거주 가능성 증가하고,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인프라와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중위도 선진국이다. 도시 외곽 고지대: 대도시 인근이지만 해발이 높아 안전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 역시 이미 인구 과밀, 주거 문제, 정치적 갈등 등의 이슈를 안고 있다. 기후 난민의 대규모 이주는 단순히 ‘살기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갈등, 경제적 격차, 문화적 충돌을 수반한 복잡한 이동이 된다.

 

 

 

4. 도시가 먼저 재편된다

미래의 도시는 지금처럼 바다를 끼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해안 도시들은 기능이 마비되거나, 수억 원을 들여 방어벽을 쌓거나, 아예 포기하고 내륙으로 행정 중심지를 옮기게 될 수 있다. 또한 각국 정부는 향후를 대비해 ‘기후 이주 예비 도시’ 개념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농업 기반 도시의 부활, 고지대 스마트 시티 건설, 폐광촌, 과거 군사시설 활용 등은 이미 일부 국가에서 논의 중이다. 지도는 고정된 게 아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도시는 사라지고, 새로운 도시가 탄생할 수 있다.

 

 

좁아지는 지구, 인간은 어디로 향할까

지구는 여전히 넓지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기후 난민의 이동은 단순한 불행의 전파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더 이상 환경을 통제할 수 없는 시대에 공간을 어떻게 다시 배치하고, 서로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땅을 지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같이 살아야 한다’는 지구 공동체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후 난민이 향하는 곳은 결국, 우리의 도심이 될 수도 있고, 이웃이 될 수도 있으며,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그들은 어디로 올까?”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