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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과 우주 탐험

유로파의 바다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by 어웨어12 2025. 4. 4.

– 얼음 아래 숨겨진 우주의 바다,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외계 생명체를 찾는 여정은 더 이상 공상 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로 꼽히는 곳이 있다. 바로 목성의 위성, 유로파(Europa)다.

유로파는 얼음으로 덮인 표면 아래에 거대한 액체 상태의 바다를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바다는 지구의 모든 바다를 합친 것보다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이 얼음 속 바다에 정말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유로파 바다의 구조, 생명 가능성 조건, 과학적 탐사의 현황 등을 함께 살펴본다.

 

유로파는 어떤 천체일까?

유로파는 목성의 대표적인 위성 중 하나로, 태양계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체 중 하나로 꼽힌다. 직경은 약 3,100km로, 지구의 달보다 약간 작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표면이 두꺼운 얼음층으로 덮여 있다는 점이며, 이 얼음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바다가 단순한 물 웅덩이가 아니라, 조석열(조력 가열, tidal heating)로 인해 지속적인 열에너지를 공급받는 거대한 해양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유로파는 얼음으로 덮인 냉혹한 위성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활발한 에너지 순환이 이뤄지고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로파의 바다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유로파의 내부 단면 구조. 표면은 얼음, 그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한다는 이론적 모델.


 

유로파에 바다가 존재하는 과학적 근거는?

유로파에 바다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여러 과학적 데이터와 탐사 결과에 근거한 이론이다. 첫 번째 근거는 표면 균열 패턴 분석이다. 유로파의 얼음 표면에는 거미줄처럼 갈라진 균열 무늬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이러한 패턴은 내부에 유동성 있는 액체가 존재하고, 그 움직임이 표면의 얼음을 변형시키고 있음을 암시한다. 두 번째는 자기장 간섭 분석이다. 1990년대 말 NASA의 갈릴레오 탐사선은 유로파를 통과하면서 주변 자기장의 변화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감지된 이상 자기장 신호는 염분이 포함된 바닷물과 같은 전기 전도성 액체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지지했다. 즉, 유로파 내부에는 도체 성질을 가진 액체, 다시 말해 염분이 섞인 액체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 번째 근거는 얼음 기둥 분출 현상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유로파 표면에서 솟구치는 수증기 기둥(plumes)을 관측한 바 있으며, 이 현상은 내부 바닷물이 표면의 틈을 통해 분출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직접적 단서로 간주된다.

 

유로파 바다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될까?

지구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일반적으로 세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액체 상태의 물,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 그리고 유기화합물(탄소 기반 물질)이다. 놀랍게도, 유로파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다. 첫 번째, 액체 상태의 물은 유로파의 얼음층 아래에 존재하는 바다를 통해 충족될 수 있다. 이 바다는 수십 킬로미터 깊이의 얼음 아래에 형성되어 있으며, 지속적으로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에너지 공급원 역시 존재한다.
유로파는 목성과 매우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강한 조석력의 영향을 받는다. 이 조석열은 유로파 내부에 열을 공급하며, 얼음 아래 바다를 얼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 환경은 지구의 심해 열수 분출구와 비슷하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물들과 유사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세 번째로, 유기화합물의 존재 가능성도 과학적으로 열려 있다. 유로파는 소행성 충돌이나 표면의 화학 반응을 통해 기초 유기물이 생성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물질들은 바닷물 속으로 흘러들어 생명체 탄생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지구 심해 생명체와 유로파의 연결 고리

지구의 해저에는 빛이 전혀 닿지 않는 극한 환경이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열수 분출구(Black Smoker)다.
이곳에서는 지각 아래에서 올라오는 고온의 물과 함께 황화수소(H₂S), 메탄(CH₄) 같은 화학물질이 분출되고, 놀랍게도 이 열수구 주변에는 햇빛 없이도 살아가는 독특한 생물 군집이 발견된다. 이 생명체들은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이라는 방식을 통해 생존한다. 즉, 태양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무기 화합물에서 에너지를 추출하여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도 가장 척박하고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조차 완전 독립적인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은 유로파의 바다 환경과 놀라운 유사성을 지닌다. 유로파 내부에는 암석질의 핵과 맞닿은 액체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경계면에서는 지열에 의해 열수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즉, 유로파 바다에도 지구 심해와 같은 에너지 순환과 화학 반응의 근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지구 심해 열수구에 생명이 있다면, 유로파에도 없다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없다.”
라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앞으로 유로파에 탐사선이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될 생명체는 눈에 보이는 생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미생물 수준의 생명이라 할지라도, 태양 없이 생명이 태어나고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주 생명체 탐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NASA는 유로파를 어떻게 탐사할 계획인가?

NASA는 2024년에서 2025년 사이에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미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유로파 표면에 착륙하지는 않지만, 상공을 수차례 근접 비행(flyby) 하면서 정밀한 관측과 분석을 수행하게 된다. 유로파 클리퍼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표면의 사진을 촬영하고, 얼음층의 두께와 구조, 그 아래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액체 바다의 구성 성분을 조사한다. 또한, 허블 우주망원경이 이전에 관측한 수증기 분출 현상을 다시 탐지하고, 분출된 입자의 조성을 분석함으로써 얼음층 아래에서 올라온 물질이 생명체와 관련 있을 가능성도 평가할 예정이다. 이 미션의 성과에 따라 유로파는 지구 외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가장 강하게 지닌 천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향후 실제 착륙 탐사나 얼음층 아래 바다를 직접 탐사하는 심해형 로봇 프로젝트로도 이어질 수 있다. 즉, 유로파 클리퍼는 단순한 관측을 넘어 우주 생명체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유로파는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다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는 얼핏 보면 그저 하얗고 차가운 얼음 위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보내온 수십 년간의 탐사 데이터는 그 표면 아래에 광대한 액체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점점 더 뚜렷하게 가리키고 있다. 그 바다는 지구의 전체 해양보다 많을 수도 있으며, 암석질 핵과 직접 맞닿아 있는 구조일 가능성도 있다. 이는 곧, 화학적 에너지원과 액체 상태의 물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며,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핵심 조건을 만족시키는 매우 희귀한 환경이다.

지구 바다 속에서도 햇빛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존재하듯, 유로파의 얼음 아래 어둠 속에서도 극한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 혹은 독립적인 생명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생명의 탄생이 단순히 태양빛이나 지구 대기와 같은 ‘특수한 조건’에만 의존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지구 밖’에 생명이 있을지를 묻는 시대를 지나,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지닌 또 하나의 해양 천체, 유로파를 향해 시선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그곳은 얼음 덩어리가 아닌, 생명 존재 가능성의 최전선에 있는 또 다른 바다 행성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