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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과 우주 탐험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by 어웨어12 2025. 4. 9.

– 경계가 있는 우주는 존재할까?

인류는 오래전부터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가지 질문을 품어왔다. “우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우주에는 끝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우리가 사는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출발점이었다. 지구 너머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인간은 천체망원경과 이론 물리학을 통해 우주의 크기를 재기 시작했고, 지금은 우주의 구조와 팽창, 그리고 끝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주의 끝’이라는 철학적이고도 과학적인 질문에 대해, 현대 천문학과 우주론에서 어떤 답을 내놓고 있는지 깊이 있게 알아보자.

 

 

우주에는 정말 ‘끝’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 질문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인류는 항상 ‘끝’을 궁금해왔다. 하늘은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저 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주의 끝에 도달한다면, 그 바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질문은 매우 직관적이고 인간적인 감각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일상은 늘 시작과 끝, 안과 밖, 안쪽과 바깥쪽이라는 이분법적 공간 개념 안에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주도 결국 어딘가에 경계가 있을 것이라 직감적으로 느낀다. 하지만 현대 우주론은 말한다. "우주는 그러한 ‘경계의 공간’이 아니다. 그리고 끝이 있다는 개념 자체가, 우주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우주는 단지 ‘빈 공간’이 아니다 – 팽창하는 시공간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무언가가 들어 있는 아주 큰 공간’처럼 상상한다. 마치 거대한 방 안에 별들이 둥둥 떠 있고, 그 방 바깥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이런 관점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우주는 단지 빈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자체가 팽창하고 있는 실체이다. 즉, 우주는 정적인 그릇이 아니라, 스스로 부풀어 오르고 있는 풍선과 같은 구조로 이해된다. 이 말은 곧, 우주 안에 있는 별, 은하, 성운 등이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을 포함하는 공간 그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공간의 팽창은 우리가 상상하는 ‘끝’이라는 개념을 무력화시킨다. 왜냐하면 팽창하는 구조 안에서는 ‘바깥’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는 유한한가, 무한한가?

이 질문은 수천 년 동안 철학자들과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도 완벽하게 명확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몇 가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우주가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곡면 우주(Curved Universe)’ 또는 ‘닫힌 우주(Closed Universe)’라고 불린다. 가장 쉬운 비유는 지구의 표면이다. 지구는 표면적이 유한하지만, 경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라는 벽에 도달하지 않으며, 결국 언젠가는 처음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우주 역시 공간적으로 유한할 수 있지만, 경계가 없는 곡선형 구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우주의 끝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없는 방향 감각에 기반한 질문이 되어버린다. 두 번째 가능성은, 우주가 무한히 평평하게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천문학적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밀도는 ‘임계 밀도’에 매우 근접해 있다. 이는 곧, 우주가 평평한 구조를 지니며 끝없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무한한 평탄 우주는 그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끝에 도달할 수 없고, 모든 방향은 동일한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 가설은 더 파격적이다. 바로 다중우주 이론(Multiverse Hypothesis)이다. 이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전체 ‘실재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 바깥에는 또 다른 우주, 다른 법칙을 가진 ‘우주 버블’들이 무수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들은 서로 만나지 않으며, 각자의 시공간을 지니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이 경우 ‘우리 우주의 끝’은 존재하지 않지만, 관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할 가능성이 열린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경계 – 인간 지성의 한계선

현재 인간이 관측 가능한 우주의 범위는 약 138억 광년에 이른다. 이것이 우리가 보통 말하는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절대적인 우주의 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138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이 오늘날 도달했을 때, 그 빛의 출발지는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우주의 반지름은 약 465억 광년 이상, 지름은 930억 광년 이상일 수 있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와 ‘존재하는 세계’ 사이에 얼마나 깊은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빛이 아직 도달하지 않은 공간은 인류에게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우주의 끝’이라는 개념은 실제로는 관측의 한계를 가리키는 표현일 뿐이다. 우리의 기술과 감각이 닿을 수 없는 곳이 존재할 뿐, 실제로 우주가 거기서 멈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우주의 구조를 나타낸 다중우주 이론 이미지. 우리 우주는 그 중 하나일 가능성도 있다.


 

 

끝이 없다’는 개념은 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이쯤에서 철학적 문제가 등장한다. 왜 우리는 끝이 없다는 것을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가? 그 이유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선형적, 유한적 구조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인생을 생각할 때도 항상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안과 밖이라는 구조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끝이 없다’, 혹은 ‘밖이 없다’는 개념은 우리에겐 단순히 낯선 것이 아니라, 사고의 벽을 마주하게 만드는 개념이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끝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무한하다’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이 없다는 것은, 경계라는 개념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공간, 혹은 아무리 가더라도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순환적 공간 구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주는 어쩌면 그러한 비유클리드적 사고 위에 존재하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만약 우주의 끝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 너머는?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만약 우주의 끝이 있다면, 그 끝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한다.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의 바깥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주는 단지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함께 생성되고 확장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우주의 ‘밖’에는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으며, 에너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바깥’이라는 개념은, 시공간이 있다는 전제 하에만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우주의 외부는 그런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 과학은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끝이 없다는 것은 공간이 무한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공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우주의 끝을 묻는 건, 인간 자신을 묻는 것이다.

우주의 끝을 묻는 질문은 단지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서, 인류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철학적 탐구의 시작점이다. 우주의 끝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방식으로만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끝’을 상상하고, 질문하고, 그 너머를 탐구하려는 시도는 바로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지적 본능이며, 그 과정 자체가 우리 문명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우주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고, 우리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주의 끝이 어디든, 그 끝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상상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주의 끝은 보이지 않지만, 그 끝을 상상하는 여정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호기심의 증거이자, 지식과 상상력의 가장 아름다운 확장이다.

 

 

요약정리

  • 우주의 끝은 현재 과학으로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음
  • 팽창하는 우주의 구조 때문에, 경계가 없을 수도 있음
  • 관측 가능한 우주는 138억 광년이지만, 실제 크기는 그보다 훨씬 클 가능성
  • 다중우주, 곡면우주, 인플레이션 이론 등 다양한 가설 존재
  • 끝을 찾으려는 질문은 결국 인류가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