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대철학자

고대철학자 클레안테스의 '제우스 찬가'와 스토아 신학의 시작

by 어웨어12 2025. 10. 13.

스토아 철학의 신학적 기원, 그리고 클레안테스가 남긴 고대의 지성

고대 철학은 단순한 사유 체계를 넘어서, 인간 존재와 우주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이었다. 이 가운데 스토아 철학은 이성과 자연을 일치시키려는 독특한 시도를 통해 고대 세계에서 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스토아 학파의 2대 지도자인 클레안테스는 철학자의 위치를 넘어, 신성을 철학적으로 조명한 인물로 주목받는다. 그가 남긴 시인 제우스 찬가는 단순한 종교적 예찬을 넘어 스토아 철학의 초기 신학적 토대를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는 클레안테스의 시가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으며, 그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스토아 신학의 출발점이 되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단지 신을 찬양하는 시가 아니라, 철학으로 풀어낸 신성과 우주 질서의 연결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다시 읽힐 만한 가치를 지닌다. 스토아 철학이 단순한 금욕주의로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것은 신성과 자연을 관통하는 심오한 사상 체계였다. 당시의 철학자들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신적 이성이 작용하는 생명력 있는 존재로 인식했다. 특히 클레안테스는 철학과 종교, 문학을 융합시켜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었다. 그의 시는 단순한 정서 표현을 넘어, 철학적 사고를 대중적 언어로 풀어낸 독특한 시도였다. 이러한 점에서 『제우스 찬가』는 문학이 철학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이 시를 다시 읽는 것은, 고대 세계의 지혜와 현대인의 삶을 연결하는 가교를 건너는 일과 같다.

 

고대철학자 클레안테스의 '제우스 찬가'와 스토아 신학의 시작

 

스토아 철학과 신에 대한 인식

스토아 철학은 자연과 이성을 신성한 질서로 바라보며, 이 세상을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이해했다. 인간은 이 우주의 일부이며, 이성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배경에서 의 개념은 인간 바깥에 있는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세계 자체에 내재된 질서, 곧 '로고스'로 이해되었다. 이 로고스는 이성적 원리이자 창조적 힘으로, 모든 사물과 사건을 관통하는 보편적 이치다. 따라서 스토아 철학에서의 신은 개별 종교에서 말하는 인격적인 신과는 다르며, 우주의 이성과 일치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클레안테스는 이 철학적 신 개념을 문학적 형식으로 담아낸 인물이다. 스토아 학자들은 로고스를 단순한 논리 개념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움직임을 이끄는 신적 원리로 간주했다. 이 원리는 인간의 도덕성, 우주의 질서, 사회적 법칙까지 모두 관통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이성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곧 신의 뜻을 따르는 것과 같았다. 이처럼 스토아 철학에서는 신과 인간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신성은 초월적 존재가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 깃든 자연의 이치였다. 이 사상은 후대의 범신론적 관점으로 이어지며, 서양 철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클레안테스와 제우스 찬가

클레안테스는 스토아 학파의 창시자인 제논의 제자로, 그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신학적 색채를 강하게 부여한 철학자였다. 그의 대표작 제우스 찬가는 당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통해 스토아적 로고스 개념을 신격화한 시다. 이 시에서 클레안테스는 제우스를 우주의 통치자이자 모든 질서의 근원으로 찬양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제우스는 신화 속 인격적인 신이라기보다는, 세상의 질서를 지배하는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힘으로 해석된다. 그는 인간이 고통받는 이유를 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해와 이성의 회복이 신성에 이르는 길임을 강조한다. 클레안테스는 당대의 그리스 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을 철학적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제우스를 단순한 신화적 존재가 아닌, 철학적 상징으로 변환시켰다. 특히 제우스의 '의지'는 자연 법칙 그 자체로 이해되며, 이 법칙은 우주 만물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클레안테스는 이 시를 통해 신화와 철학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자 했다. 그의 문장은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내면 깊은 곳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제우스 찬가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사유의 결과물이었다.

 

제우스 찬가의 주요 사상 정리

우주는 하나의 이성적 질서(로고스)에 의해 지배된다. 제우스는 그 로고스를 상징하는 존재로, 혼돈이 아닌 조화의 원리로 세계를 다스린다. 인간은 이성과 덕(德)을 통해 신에게 접근할 수 있다. 신을 향한 찬양은 단순한 감정의 발산이 아니라, 철학적 이해와 일치를 통한 도달이다. 고통과 불행도 신적 질서 안에 존재한다. 인간은 이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고통을 초월할 수 있으며, 신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다. 클레안테스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신성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인간이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이성을 통해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았다. 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단지 종교적 믿음을 넘어서, 철학적 수양의 과정이었다. 이 시는 신에 대한 복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통찰을 통해 신성과의 일치를 말한다. 인간은 고난을 통해 신의 의지를 이해하고, 결국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점에서 『제우스 찬가』는 단지 경건한 기도가 아니라, 철학적 실천의 선언문이다.

 

스토아 신학의 출발점

클레안테스의 시는 스토아 철학이 단순한 윤리학이나 논리학을 넘어, 존재론적·신학적 체계로 확장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스토아 철학자들, 예컨대 키케로나 세네카, 에픽테토스 등도 신성을 인간 이성과 연결짓는 전통을 이어갔다. 클레안테스는 철학과 신학, 시와 이성을 통합한 최초의 시도자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제우스 찬가는 이후 스토아적 유신론의 기틀을 마련한 상징적 작품이다. 스토아 신학은 기독교 신학과도 흥미로운 접점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로고스를 중심으로 한 우주 질서의 개념은 초기 기독교의 ‘말씀’ 개념과 연결된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은 후대의 플로티노스나 아우구스티누스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며, 서양 신학의 기초적인 사유틀로 작용하게 된다. 클레안테스의 사상은 단지 고대 철학사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의 신 개념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기여했다. 그의 시는 하나의 문학 작품이면서도, 신학의 씨앗을 품고 있는 철학적 텍스트였다. 따라서 그는 단순한 철학자가 아니라, 고대의 신학자로도 볼 수 있다.

 

오늘날 다시 읽는 고대의 신학

클레안테스가 남긴 제우스 찬가는 단순히 고대 그리스인의 신앙 고백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과 자연, 신성과 인간 삶의 통합을 추구한 철학적 선언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 가능한 지속 가능한 세계관이다.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겪는 혼란과 위기를 넘어설 실마리는, 어쩌면 2천 년 전의 철학자가 노래한 신에 대한 찬가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스토아 철학이 제시한 내면의 질서와 우주의 조화는 여전히 유효한 통찰이며, 클레안테스의 시는 그러한 진리를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구현한 독창적 유산이다. 현대인들이 신을 논할 때 종종 철학과 종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지만, 클레안테스는 그 둘을 자연스럽게 통합했다. 그의 시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신성과 우주적 질서를 조화롭게 연결해준다. 우리가 오늘날 겪는 삶의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도, 고대 철학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성에 기반한 삶, 자연과의 조화, 고통을 통한 성장이라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다. 제우스 찬가를 다시 읽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지혜를 되찾는 일이다. 그것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