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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래 숨겨진 이야기들

심해에 바닷 속 강이 존재한다?

by 어웨어12 2025. 4. 3.

– 인간이 잘 모르는 바다 아래 또 다른 세계 

우리가 알고 있는 강은 대부분 땅 위를 흐른다.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모든 강이 지표면에 존재할까? 놀랍게도, 지구의 깊고 어두운 바다 아래에도 '강'처럼 흐르는 물줄기가 존재한다. 이 바닷속 강은 실제로 물이 흐르고, 강바닥도 있으며, 주변에 '강둑'까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 강물은 우리가 마시는 물과는 전혀 다르며, 과학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이 놀라운 현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심해 속 바닷속 강'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그 속에 어떤 생명체들이 존재하는지까지 알아보자.

 

심해에 강이 생긴다고? 그건 무슨 말일까?

일반적으로 바다라고 하면 하나의 거대한 물 덩어리로 생각하지만, 바닷속에서도 밀도, 염도, 온도 차이에 따라 층이 나뉘고 흐름이 생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극단적으로 발생하면서, 마치 육지의 강처럼 짙은 염분의 고농도 바닷물이 독립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바닷속 강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인근의 '센노테 앙헬리타(Cenote Angelita)'에서 발견되었다. 이곳에서는 담수층과 해수층 사이에 생성된 황화수소 층이 안개처럼 퍼지며 마치 강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곳을 촬영한 다이버들의 영상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강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바닷속에 형성된 강은 일반적인 민물 강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염도가 매우 높은 소금물이나, 황화수소(H₂S), 메탄(CH₄) 같은 화학적으로 특이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일반 해수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해저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표층 해수와는 섞이지 않고 독립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멕시코만 해저에서 관찰된 심해 강은 염도가 높아진 바닷물이 수백 미터 깊은 해저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마치 진한 수프가 해저를 따라 흐르듯 명확한 경계와 유속을 유지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 강의 주변에는 일반 해저와는 다른 특징적인 지형이 형성되는데, 강바닥에는 진흙이나 유기물 침전물이 쌓이고, 주변에는 침식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절벽 형태의 경계선이 생겨 외형상으로도 육지의 강처럼 보이는 해저 강 지형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상에서도 흔하지 않으며, 특정 조건이 갖춰진 해양의 깊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드문 자연 현상이다. 게다가 이 강 속과 주변 환경에는 특수한 미생물 생태계가 존재하며, 이러한 생물학적 활동도 바닷속 강의 성분과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바닷속 강은 단순한 흐름이 아닌, 화학·지질·생물학이 복합적으로 얽힌 독립 생태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정말 생명체도 살까?

놀랍게도 이 바닷속 강 주변에는 생명체가 존재한다. 대부분은 산소가 거의 없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들이다. 일부는 황화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화학합성 생물’들인데, 이 생물들은 태양빛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외계 생명체 탐색의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생명체들은 일반적인 생태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우주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이해하는 데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이 현상이 발견된 또 다른 장소들

‘바닷속에 강이 흐른다’는 개념은 공상과학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지구 곳곳의 해양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바하마에 위치한 딘스 블루홀(Dean’s Blue Hole)이다. 깊이 약 200m에 달하는 이 해저 동굴 내부에서는 밀도 차이가 큰 짙은 해수층이 마치 강처럼 바닥을 따라 흐르는 독특한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흑해 해저 깊숙한 곳에는 황화수소가 고농도로 축적된 무산소층이 존재하는데, 이곳 역시 밀도와 온도의 차이로 인해 바다 속에 또 다른 ‘층’이 흐르는 듯한 물리적 분리와 유사한 흐름이 형성된다. 세 번째로는 홍해의 해저 깊은 분지를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염도가 일반 해수보다 5~10배나 높은 초염수(Brine)가 깊은 해저 바닥에 고여 있으며, 이 초염수층은 주변 해수와 섞이지 않고 강처럼 독립적인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이처럼 지구 해양 속에서도, 밀도·화학 성분·온도 차이에 의해 형성된 ‘보이지 않는 해저 강’은 실제로 존재하며, 심해 생태계와 해양 지질 연구에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심해에 바닷 속 강이 존재한다?
붉게 물든 해저 분지는 염분 농도가 높은 심해 강의 일종이다.


 

왜 우리가 이 강에 주목해야 할까?

첫째, 이 현상은 지구의 또 다른 형태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창이다. 둘째,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가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셋째, 이러한 환경은 외계 행성에서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바닷속 강은 지질학, 해양학, 생물학, 심지어 우주 탐사 분야까지 연결된다. 앞으로 더 많은 탐사와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이 깊은 바다 속에서 인간이 상상조차 못했던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미지의 우주

지구의 바다는 이미 정복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위성으로 바다의 모양을 관찰하고, 지도에는 해류와 심해 분지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지구 바다의 95% 이상은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탐사도, 관측도, 심지어 상상조차 완전하지 않다. 그 깊고 어두운 심해에서는 아직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화산처럼 분출되는 열수구에서는 햇빛 없는 세계 속 생태계가 살아 움직인다. 심해 저편에서는 강처럼 흐르는 고염도의 물줄기, 즉 바닷속 강이 형성되어 지질학적으로도, 생태학적으로도 전혀 다른 차원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당신이 만약 '우주는 신비롭다'고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제는 바다 역시 우주처럼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주는 우리가 도달하기 어려운 공간이지만, 바다는 바로 지구에 존재하면서도 가장 멀리 떨어진 세계처럼 느껴지는 미지의 프런티어다. 어쩌면, 인류가 진짜로 정복해야 할 마지막 경계선은 저 멀리 있는 우주보다, 발밑에 펼쳐진 바다일지도 모른다.